2008년 08월 20일
마왕폐하, 신비소녀, 그리고 마른 풀의 냄새 -Missing
이하의 글은 2002년에 일본어판 [Missing -카미카쿠시의 이야기(神隱しの物語)]을 읽은 뒤 작성한 것입니다.
이전에 썼던 [Missing] 등장인물 소개보다 먼저 작성된 것으로, 역시 당시 제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감상이라고 의식하고 쓴 거 치고는 몇 안되는, 꽤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역시 이것도 한국어판 나오기 전에 올렸어야 했던 것 같군요.
이제 한국어판인 [미씽] 감상문만 남았군요.
이쪽은 아마 번역이라든가 한국어판의 인상 같은 걸로 채워지겠습니다만.
본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내용누설을 피하려는 분은 이하의 글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계의 이야기는 감염된다. 감염된 자들의 다음 운명은 '상실(missing)'
missing
a.
1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없어진, 보이지 않는, 분실한
a ~ page 낙장(落張), 빠진 페이지
There is a page[A page is] ~. 한 페이지가 빠져 있다
2 a 행방 불명인
Twenty men are ~. 20명이 행방 불명이다
a ~ child 미아
b [the ~; 복수 취급] 행방 불명자들
시작하기 전에.
얼마 전 개봉했던 일본극장애니메이션 중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가 있었다.
神隱し.
이것이 우리나라 제목으로 번역하면서 "행방불명"으로 된 것이다.
'神隱し(카미카쿠시)'란 어린아이나 처녀가 갑자기 행방불명되었을 때, 이들을 "신이 데려갔다"라고 믿는 일본의 오래된 사고관에서 유래된 것이다.
누군가 사라져 버린 것을 "신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도 다음으로 많은 신이 존재한다는, 때문에 '신의 나라'를 자칭하는 일본다운 사고방식이라고 할까.
(현재 이글을 쓰고 있는 자신도, 저 표현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실은 근본이 역시 한국인이기에 저 표현에 대한 이해는 완전하다고 보기는 무리다)
어딘가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원'이란 것도 여기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닐런지.
아무튼, Missing 1권, [神隱しの物語]는 제목에서부터 독자에게 이 '神隱し'에 대한 사전지식을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이하, '神隱し'는 단순한 '행방불명'과는 다르다고 생각되기에 원어로 표기한다.
神隱し의 전설. 그리고 아직도 神隱し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도시전설.
'이야기'는 어린 시절 神隱し에서 돌아온 '우츠메 쿄우이치'란 소년이 만개한 벚꽃 밑에서 한 神隱し소녀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마왕폐하"라 불릴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가진 소년, 우츠메 쿄우이치.
그 존재에 의지하면서 그 존재감을 지워버릴 정도의 힘을 가진 神隱し 소녀, 아야메.
이 둘의 만남과 우츠메의 실종, 그리고 그를 다시 현실로 돌려받기 위한 그와 같은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부원들.
그리고 일반인들과 '이계'의 접촉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기관'.
1권, [神隱し의 이야기]는 이들의 이야기다.
→ 이야기의 이해를 위한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링크는 얼마 전에 올린 이글루 내 포스팅으로 대체)
"이야기는 감염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도시전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과학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 내는 현대도시전설.
흔히 "이건 내 친구의 친구가 들었다는 실제 있었던 일인데..."로 시작되는 도시전설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에게 전파된다.
보통 예전부터 내려져 오던 전설,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괴담이라든가 무서운 이야기, 학교마다 하나 쯤은 있다는 7대 불가사의, 크게 보면 '불행의 편지'까지도 이러한 도시전설의 일부다.
설정 상으로는 현실은 '이계'라고 불리는 이질적인 세계와 전쟁을 계속해 왔고, 그쪽의 일방적인 공세에 현실은 단지 막아낼 뿐이다.
'이계'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방법이 사람들이 '이계'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인식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위해 '이야기'가 확장되는 것을 부추긴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계'와의 전쟁을 계속 해 온 '기관'은 '이계'의 세력이 더이상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야기'에 대한 확장과 일반인들이 잠재적으로 가진 영능력의 발현을 막고 필요에 따라서는 '제거'한다.
'이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계'를 '감염'시키는 무기이므로 그들은 이 '이야기'의 유포를 필사적으로 막는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일반인들이 접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믿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
따라서 그들에게 사실에 가장 근접한 [현대도시전설고(現代都市傳說考)]는 금서이며, 그 책의 유통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전설과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는 [요마야행]이라는 소설과 TRPG를 참고로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미스테리학원물이다.
우츠메 쿄우이치라는 "마왕폐하"가 주인공격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부원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다.
무대도 학교 내에서 시작하고, 사건의 진행은 부원들과의 대화, 그리고 각 부원의 행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포물이기도 하지만, 공포물로 대하기에는 조금 많은 기본지식을 필요로 하는 듯.
무지는 공포의 근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완전무지는 공포에 대한 면역으로 작용한다.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神隱し라는 일본의 전설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일본에서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듯 하다.
공포물로써의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설명이 많은 편이라 약간 늘어지는 감이라든지 분위기가 끊기는 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神隱し'와 '도시전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꽤 진행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전까지는 단지 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위한 요소로 인식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과거에 대한 나열이 꽤 많은 편이기도 하고 그걸 이야기 속에 완전히 녹여서 글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나가는 건 좀 부족했지 않았나 한다.
단지 결말에 다가갈 수록 가속해 가는 사건에 대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神隱し라는, '이계'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들을 '이계'로 끌어들이는 존재이며, 인간이면서도 '이계'의 존재이기도 한, 혹은 양쪽 모두에게서 부정되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아야메의 고민과 망설임 같은 건 충분히 느껴질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존재론적 의문을 제시해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공감하고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작가가 그걸 의도했었다면 실례되는 발언이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공포'라는 요소는 책을 덮고 "이게 정말이라면...?"이라고 무의식 중에 의식하게 되는 점이 아닐까 한다.
공포물이 책을 덮고 계속 그 내용을 의식하게 되면서 드는 알 수 없는 느낌을 노리고 있는 거라면, 이 이야기는 공포물에 부합할 지도 모른다.
[현대도시전설고]라는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책의 존재감을 묘하게 살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학교'라는 한정된 무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점은 이 이야기에 현실감과 공간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설명으로 잠시 흐름이 끊어지는 것 외엔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가벼운 오컬트물이나 미스테리, 공포물, 혹은 음모론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추천할 만 할까.
그 정도로 매니악한 취향이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에 이 이야기에 관심을 둔 것은 전격 hp Vol.18 표지의 일러스트, 그리고 작가 인터뷰였다.
이후엔 책 소개나 감상 등에서 보이는 '공포물'이란 단어.
"구성 자체는 그렇게 치밀하지 못 하지만 문체로 분위기를 살리는 공포물"이라는 글이 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딘가에서는 "그림은 좋지만 내용은 그냥저냥"이라는 평이 있긴 했지만, 주위의 평이 어떻든 자신이 직접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생각 아래 결국 주문을 해 버렸다.
그리고 도착.
기대했던 '공포물'로는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였다.
표지의 일러스트를 시작으로, 차례가 각각의 인물을 제시하는 컬러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점,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일러서트 하나를 배치한 점 등, 책의 구성도 잘 된 느낌.
미도리카와 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는 몰라도 그림체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편이다.
분위기도 충분히 있고.
혹시 이 작가는 '이계'에 대한 '이야기'의 배포로 '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지는 않을 지.
그렇다면 작가는 이야기 내에서의 오사코 에이이치로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건 아닐 지.
이 이야기를 믿을 지 말 지, 혹은 의식할 지 않을 지.
그리고 그 결과 '기관'에 의해 제거될 지의 여부는 독자에게 달려있는 거겠지만.
끝으로.
'마른 풀의 냄새'는 "마왕폐하" 우츠메 쿄우이치가 어린 시절 神隱し의 공기에서 맡았던, 이계의 냄새.
등장인물에 대해 개인적인 몇 마디.
타케미가 좋다.
누가 뭐라해도 개인적으로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바보'라고 단정해 버릴 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도 이 녀석을 그렇게 끌고 가려는 지 2권에선 더욱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적어도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와 얽힌 사건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이 녀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데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얽혀 있는 인물이 자신의 친구이기에, 피하기보다는 뛰어들려는 녀석.
좀 폭주 기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만한 녀석이면 충분히 좋은 녀석이다.
료코가 이런 녀석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고.
말 나온 김에, 자기는 인식하지도 못 하고 있긴 하지만 복 받은 녀석.
5권, [눈가림의 이야기]에서는 좀 깊게 사건에 관련되는 듯 하지만, 거기서는 거기 나름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여기까진 바보 취급 받고 미움 받을 지도 모를 콘도 타케미란 녀석에 대한 자신 나름의 변명.
사실, 문예부 2학년들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은 없다.
우츠메는 '마왕폐하'다운 카리스마. 그리고 타케미는 좀 어벙한 구석이 있는 마왕폐하 팬 1호.
토시야가 생각하는 '강함'이라든가. 아키의 단단하고 차가운 그렇지만 부서지기 쉬운 자존심이라든가.
정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료코. 기가 약하고 외로움을 잘 타면서도 자신의 존재 때문에 고독을 견뎌온 神隱し 소녀, 아야메.
이 각각의 인물들이 공존하는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라는 공간과, 사람들과, 그리고 이야기.
우츠메라는 독특한 인물이 사건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사건을 진행해 나가는 건 그가 아닌, 그 주위의 문예부원들.
어쩌면 그의 독특한 존재감이 아니었다면 이건 단순한 '어떤 괴짜의 자살 소동를 막으려는 그의 친구들'이 되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역시 토시야일까.
평상시엔 항시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자신의 힘을 써 버리는 타입.
"마왕폐하"의 가장 좋은 이해자이며, 그를 지켜주는 인물이란 느낌이 든다.
"마녀"가 그를 '셰퍼드'라고 한 것도 이해가 간다.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우츠메는 지금 살아있지도 못 했겠지.
아무튼 개인적으로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일동을 "마왕폐하와 그 팬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키죠의 경우엔 유일하게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생각된다.
그에 대한 반발감이 그가 맞이한 결말 덕분에 동정으로 변해 버렸달까.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의 사람들이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일에 개입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역시 그도 예상하지 못 한 결말이었으므로.
끝으로 더하자면, 료코는 천사. 저런 성격의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건 오랜만인 듯 하다.
p.s.
결말 부분으로 갈 수록, 그리고 코다씨의 후기에서 언급이 나왔을 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라고 기뻐했었죠.
위에서 쓴 내용 중 어느 부분 때문인 진 완결까지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
이전에 썼던 [Missing] 등장인물 소개보다 먼저 작성된 것으로, 역시 당시 제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감상이라고 의식하고 쓴 거 치고는 몇 안되는, 꽤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역시 이것도 한국어판 나오기 전에 올렸어야 했던 것 같군요.
이제 한국어판인 [미씽] 감상문만 남았군요.
이쪽은 아마 번역이라든가 한국어판의 인상 같은 걸로 채워지겠습니다만.
본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내용누설을 피하려는 분은 이하의 글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missing
a.
1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없어진, 보이지 않는, 분실한
a ~ page 낙장(落張), 빠진 페이지
There is a page[A page is] ~. 한 페이지가 빠져 있다
2 a 행방 불명인
Twenty men are ~. 20명이 행방 불명이다
a ~ child 미아
b [the ~; 복수 취급] 행방 불명자들
시작하기 전에.
얼마 전 개봉했던 일본극장애니메이션 중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가 있었다.
神隱し.
이것이 우리나라 제목으로 번역하면서 "행방불명"으로 된 것이다.
'神隱し(카미카쿠시)'란 어린아이나 처녀가 갑자기 행방불명되었을 때, 이들을 "신이 데려갔다"라고 믿는 일본의 오래된 사고관에서 유래된 것이다.
누군가 사라져 버린 것을 "신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도 다음으로 많은 신이 존재한다는, 때문에 '신의 나라'를 자칭하는 일본다운 사고방식이라고 할까.
(현재 이글을 쓰고 있는 자신도, 저 표현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실은 근본이 역시 한국인이기에 저 표현에 대한 이해는 완전하다고 보기는 무리다)
어딘가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원'이란 것도 여기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닐런지.
아무튼, Missing 1권, [神隱しの物語]는 제목에서부터 독자에게 이 '神隱し'에 대한 사전지식을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이하, '神隱し'는 단순한 '행방불명'과는 다르다고 생각되기에 원어로 표기한다.
神隱し의 전설. 그리고 아직도 神隱し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도시전설.
'이야기'는 어린 시절 神隱し에서 돌아온 '우츠메 쿄우이치'란 소년이 만개한 벚꽃 밑에서 한 神隱し소녀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마왕폐하"라 불릴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가진 소년, 우츠메 쿄우이치.
그 존재에 의지하면서 그 존재감을 지워버릴 정도의 힘을 가진 神隱し 소녀, 아야메.
이 둘의 만남과 우츠메의 실종, 그리고 그를 다시 현실로 돌려받기 위한 그와 같은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부원들.
그리고 일반인들과 '이계'의 접촉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기관'.
1권, [神隱し의 이야기]는 이들의 이야기다.
→ 이야기의 이해를 위한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링크는 얼마 전에 올린 이글루 내 포스팅으로 대체)
"이야기는 감염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도시전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과학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 내는 현대도시전설.
흔히 "이건 내 친구의 친구가 들었다는 실제 있었던 일인데..."로 시작되는 도시전설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에게 전파된다.
보통 예전부터 내려져 오던 전설,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괴담이라든가 무서운 이야기, 학교마다 하나 쯤은 있다는 7대 불가사의, 크게 보면 '불행의 편지'까지도 이러한 도시전설의 일부다.
설정 상으로는 현실은 '이계'라고 불리는 이질적인 세계와 전쟁을 계속해 왔고, 그쪽의 일방적인 공세에 현실은 단지 막아낼 뿐이다.
'이계'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방법이 사람들이 '이계'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인식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위해 '이야기'가 확장되는 것을 부추긴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계'와의 전쟁을 계속 해 온 '기관'은 '이계'의 세력이 더이상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야기'에 대한 확장과 일반인들이 잠재적으로 가진 영능력의 발현을 막고 필요에 따라서는 '제거'한다.
'이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계'를 '감염'시키는 무기이므로 그들은 이 '이야기'의 유포를 필사적으로 막는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일반인들이 접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믿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
따라서 그들에게 사실에 가장 근접한 [현대도시전설고(現代都市傳說考)]는 금서이며, 그 책의 유통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전설과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는 [요마야행]이라는 소설과 TRPG를 참고로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미스테리학원물이다.
우츠메 쿄우이치라는 "마왕폐하"가 주인공격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부원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다.
무대도 학교 내에서 시작하고, 사건의 진행은 부원들과의 대화, 그리고 각 부원의 행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포물이기도 하지만, 공포물로 대하기에는 조금 많은 기본지식을 필요로 하는 듯.
무지는 공포의 근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완전무지는 공포에 대한 면역으로 작용한다.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神隱し라는 일본의 전설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일본에서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듯 하다.
공포물로써의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설명이 많은 편이라 약간 늘어지는 감이라든지 분위기가 끊기는 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神隱し'와 '도시전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꽤 진행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전까지는 단지 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위한 요소로 인식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과거에 대한 나열이 꽤 많은 편이기도 하고 그걸 이야기 속에 완전히 녹여서 글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나가는 건 좀 부족했지 않았나 한다.
단지 결말에 다가갈 수록 가속해 가는 사건에 대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神隱し라는, '이계'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들을 '이계'로 끌어들이는 존재이며, 인간이면서도 '이계'의 존재이기도 한, 혹은 양쪽 모두에게서 부정되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아야메의 고민과 망설임 같은 건 충분히 느껴질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존재론적 의문을 제시해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공감하고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작가가 그걸 의도했었다면 실례되는 발언이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공포'라는 요소는 책을 덮고 "이게 정말이라면...?"이라고 무의식 중에 의식하게 되는 점이 아닐까 한다.
공포물이 책을 덮고 계속 그 내용을 의식하게 되면서 드는 알 수 없는 느낌을 노리고 있는 거라면, 이 이야기는 공포물에 부합할 지도 모른다.
[현대도시전설고]라는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책의 존재감을 묘하게 살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학교'라는 한정된 무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점은 이 이야기에 현실감과 공간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설명으로 잠시 흐름이 끊어지는 것 외엔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가벼운 오컬트물이나 미스테리, 공포물, 혹은 음모론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추천할 만 할까.
그 정도로 매니악한 취향이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에 이 이야기에 관심을 둔 것은 전격 hp Vol.18 표지의 일러스트, 그리고 작가 인터뷰였다.
이후엔 책 소개나 감상 등에서 보이는 '공포물'이란 단어.
"구성 자체는 그렇게 치밀하지 못 하지만 문체로 분위기를 살리는 공포물"이라는 글이 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딘가에서는 "그림은 좋지만 내용은 그냥저냥"이라는 평이 있긴 했지만, 주위의 평이 어떻든 자신이 직접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생각 아래 결국 주문을 해 버렸다.
그리고 도착.
기대했던 '공포물'로는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였다.
표지의 일러스트를 시작으로, 차례가 각각의 인물을 제시하는 컬러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점,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일러서트 하나를 배치한 점 등, 책의 구성도 잘 된 느낌.
미도리카와 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는 몰라도 그림체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편이다.
분위기도 충분히 있고.
혹시 이 작가는 '이계'에 대한 '이야기'의 배포로 '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지는 않을 지.
그렇다면 작가는 이야기 내에서의 오사코 에이이치로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건 아닐 지.
이 이야기를 믿을 지 말 지, 혹은 의식할 지 않을 지.
그리고 그 결과 '기관'에 의해 제거될 지의 여부는 독자에게 달려있는 거겠지만.
끝으로.
'마른 풀의 냄새'는 "마왕폐하" 우츠메 쿄우이치가 어린 시절 神隱し의 공기에서 맡았던, 이계의 냄새.
등장인물에 대해 개인적인 몇 마디.
타케미가 좋다.
누가 뭐라해도 개인적으로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바보'라고 단정해 버릴 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도 이 녀석을 그렇게 끌고 가려는 지 2권에선 더욱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적어도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와 얽힌 사건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이 녀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데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얽혀 있는 인물이 자신의 친구이기에, 피하기보다는 뛰어들려는 녀석.
좀 폭주 기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만한 녀석이면 충분히 좋은 녀석이다.
료코가 이런 녀석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고.
말 나온 김에, 자기는 인식하지도 못 하고 있긴 하지만 복 받은 녀석.
5권, [눈가림의 이야기]에서는 좀 깊게 사건에 관련되는 듯 하지만, 거기서는 거기 나름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여기까진 바보 취급 받고 미움 받을 지도 모를 콘도 타케미란 녀석에 대한 자신 나름의 변명.
사실, 문예부 2학년들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은 없다.
우츠메는 '마왕폐하'다운 카리스마. 그리고 타케미는 좀 어벙한 구석이 있는 마왕폐하 팬 1호.
토시야가 생각하는 '강함'이라든가. 아키의 단단하고 차가운 그렇지만 부서지기 쉬운 자존심이라든가.
정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료코. 기가 약하고 외로움을 잘 타면서도 자신의 존재 때문에 고독을 견뎌온 神隱し 소녀, 아야메.
이 각각의 인물들이 공존하는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라는 공간과, 사람들과, 그리고 이야기.
우츠메라는 독특한 인물이 사건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사건을 진행해 나가는 건 그가 아닌, 그 주위의 문예부원들.
어쩌면 그의 독특한 존재감이 아니었다면 이건 단순한 '어떤 괴짜의 자살 소동를 막으려는 그의 친구들'이 되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역시 토시야일까.
평상시엔 항시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자신의 힘을 써 버리는 타입.
"마왕폐하"의 가장 좋은 이해자이며, 그를 지켜주는 인물이란 느낌이 든다.
"마녀"가 그를 '셰퍼드'라고 한 것도 이해가 간다.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우츠메는 지금 살아있지도 못 했겠지.
아무튼 개인적으로 세이소우학원대학부속고등학교 문예부 2학년 일동을 "마왕폐하와 그 팬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키죠의 경우엔 유일하게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생각된다.
그에 대한 반발감이 그가 맞이한 결말 덕분에 동정으로 변해 버렸달까.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의 사람들이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일에 개입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역시 그도 예상하지 못 한 결말이었으므로.
끝으로 더하자면, 료코는 천사. 저런 성격의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건 오랜만인 듯 하다.
p.s.
결말 부분으로 갈 수록, 그리고 코다씨의 후기에서 언급이 나왔을 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라고 기뻐했었죠.
위에서 쓴 내용 중 어느 부분 때문인 진 완결까지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
# by | 2008/08/20 00:32 | 喪失 - Missing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