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D]의 ‘인문계 액션 히로인’ 비판

뿔테안경=왕가슴보케 -_-;;

[R.O.D]는 “읽지 않으면 죽는다 read or die” 혹은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제목과, ‘비브리오매니아bibliomania’라는 히로인을 내세워, 열광적인 지지 - 어디까지나 ‘일부’의 - 를 모았다.
실상, 국내에 알려진 것은 캐릭터와 세계관만을 빌려온 동명의 OVA를 통해서였지만, 덕분에 원작인 소설 쪽도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다.
뭐, 사실 ‘이쪽 계열’ - 상당히 편향적인 발언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 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R.O.D]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히로인에 해당하는 요미코 리드맨(讀子 Readman)은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영국인과 일본인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저런 괴상한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본인은 자신의 이름을 대단히 좋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이름 때문에 활자중독이 된 건 아닌 듯 한데.
그런데, 어떻게 봐도 ‘일본인’인 외모 - 가슴 제외 - 인 건 넘어가더라도, ‘영국인’ 아버지가 딸에게 일본 이름을 붙인 건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활자중독(活字中毒, bibliomania)이라는 설정은 전혀 못 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책에게서 사랑받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말에서 ‘The Paper’의 능력을 강조해 보려 한 듯 하지만, 이 말대로라면 ‘책’의 정의는 ‘종이뭉치’에 불과하다.
‘책에게서 사랑받는 사람’는 ‘종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게 되니까.
그렇지 않으면 The Paper의 능력은 책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종이가 아니면 발현되지 못 하거나.
그리고 정말 책을 좋아한다면 책을 구성하고 있던 종이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할 수 있을까.
나중에 날려간 종이들을 찾으러 뛰어 다니는 모습도 나오지 않으니, 말그대로 종이는 소모품이며 책은 종이뭉치.
책 속에 있는 ‘지식’ 혹은 읽는다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활자’만을 좋아하는 거라면 납득이 가지만, 실제로 작중에 등장하는 요미코의 모습은 ‘서적수집광’의 모습에 가까울 뿐, ‘활자중독’은 그저 ‘늘 책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 외엔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해가 어렵다.
단순히 내가 생각하는 ‘활자중독’과 실제의 활자중독 사이의 차이일 뿐인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결국 요미코가 가진 캐릭터성이란 ‘ボケ’, 그리고 ‘ドジ’라는 게 되겠다.
거창하게 내세운 ‘인문계 액션’이라는 단어는 ‘인문계(人文界)’와 ‘액션’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 2개를 조합하여 기존의 캐릭터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좋아한다’라는 이유 하나로 ‘인문계’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며, 동시에 ‘인문계 액션’이란 게 책의 ‘재질’에 불과한 ‘종이’를 다루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책의 ‘본질’이란, 책을 이루고 있는 활자와 종이가 아니라, 작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무튼 결론적으로 요미코가 가진 캐릭터적 특성은 ‘검은 뿔테안경’, ‘ボケ’, ‘ドジ’이며, ‘지술사(紙使い)’와 ‘활자중독’은 의외로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
아니, 적어도 ‘인문계 액션 히로인’라는 것을 강조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캐릭터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지만.
단지, 저렇게 거창하게 내건 말에 비해, 그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거다.
소설 쪽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소설 속에서의 모습은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권에서의 모습은 단순히 ‘특정 작가의 광적인 팬’에 불과했다.

written in 軍中


간만에 등장한 '예전 군대에서 썼던 글 재탕'입니다.
올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안 올렸군요, 이거.
(수정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패스)
덧붙여서 요미코의 캐릭터적 특성은 사실 왕가슴보케안경아가씨입니다.
......지금은 참으로 뻔하게도 뿔테안경=왕가슴=보케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으니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캐릭터적 특성이군요.
어쨌거나, 요는 "인문계 히로인은 쥐뿔 -_-"이라는 의미였습니다.
[R.O.D] 아는 사람도 지금은 많이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거나 이 작품은 '활자중독'이라는 말을 널리 퍼트리는 데도 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저기서 요미코에게 딴지를 건 건, 제가 생각하는 책은 '활자가 인쇄된 종이뭉치'가 절대 아니며, 덧붙여서 작중에서 요미코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취급하고 있는 점 때문입니다.
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아아아아아아!!!
실제 '활자중독'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대상이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 즉 '책'을 읽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만.
(어디까지나 원작은 소설)

'활자 중독'이라는 건 일종의 자랑, 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아직까지 '내세울 만한 취미'로 인정되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책'이라고 하면 보통 그 종류까지는 묻지 않는 게 또 좀 웃긴 이야기.
'책'을 '만화'로 바꾸면 정반대의 의미로 인식해 버리는데 말이지요.
[새장호텔의 오늘도 잠들고 싶은 주민들]의 키즈나가 했던 말을 빌리면, "취미가 독서라는 건 사실 취미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말입니다.
(...물론 전 딱히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기 때문에 아직도 취미란에 '독서'로 적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병적으로 뭔가를 읽는다는 행위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 '활자 중독'이라는 말을 꺼내는 건 자랑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중독'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그게 좋은 뜻은 아닐 것 같지만 "당신들과는 달리 난 많은 책을 읽는다"는 일종의 우월의식, 그게 제가 가진 '활자중독'이라 조심스레, 하지만 자랑스럽게 밝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저도 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만, '활자 중독'이라는 건 책을 읽는다는 게 아닌, 단순히 '뭔가 읽는다'는 행위에 집착하는 병적인 수준이 아닐까 하는데요.
하긴 원어(?)인 bibliomania라는 단어에는 이런 '병적인 의미'는 포함되지 않으니, 제 해석은 단순히 '활자중독'이라는 번역된 단어에 집착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군요.
활자광, 정도로 번역되었다면 그냥 책 읽는 걸 무진장 좋아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p.s.
[나이트 위저드] 애니 방송 기념으로 그쪽 이야기가 정리해서 좀 올릴까 했는데, 글 새로 쓰기가 귀찮아서(...) 계속 미루는 중입니다.
이러다가 [신곡주계 폴리포니카] 꼴 날 듯. -_-;;

by 유령 | 2007/10/20 08:54 | 業界 - Media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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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rcy at 2007/10/20 21:55
스튜디오 오르페 작가들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쿠라타 쿠로다...구린 글솜씨, 센스는 발군인데. 역시 시나리오 원안가와, 소설가는 구별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R.O.D 책은 책값아까울 정도로 재미없죠. OVA나 TV시리즈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라고 해도, 말초적인 재미이지, 설정을 잘 살리는데서의 재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활자 중독이 아니라 그냥 종이술사, 책에게 사랑받으면, 책에 담긴 지식이 막 촉수처럼 형상화해서 정신계 공격을 가한다던가(?) 하는게 보다 그럴듯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Commented by 쿄가키 at 2007/10/20 22:53
R.O.D. 처음에는 독특한 설정에 이끌려서, 요미코란 캐릭터가 왠지 남 같지 않아 감정이입이 쉬어서──저는 활자중독 보다는 이야기Story 중독입니다만──, 그래서 뭐 꾸준하게 읽었습니다만...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말 이만큼 재미없는 소설도 드뭅니다. 못 쓰는 건 아닌데 어쩜 이렇게 재미없을 수가 있는 건지...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책에게서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책이라는 건 종이Paper만이 아니라, 그곳에 쓰여진 활자Type Letter, 그리고 쓴 사람의 사상Thinking,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빠지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비블리오마니아인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었다면 Paper보다는 Type Letter를 무기로 삼는 쪽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March Hare at 2007/10/21 00:36
음, 제가 읽는 책들이 대부분 영양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서도.. R.O.D 10권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TV판 나온 김에 돈 좀 벌어보자는 거냐!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던.
이번에 "문학소녀"는 언급하지 않으셨네요. 책을 북북 찢어다 먹어치우니.. 그걸 보고 있으면 식비(책값)이 꽤 나가겠다는 생각과, 가끔 "~~~의 초회판이 먹고 싶어~" 같은 대사라도 나오면 "초회판이면 없애면 안 되잖아!" 라는 생각도 하고.. 전 책 읽다 종이가 접히거나 물이라도 묻으면 가슴이 찢어지는데 말이죠.
그 밖에는 댕기머리세라복빈유보케인 문학소녀와 츤데레 소녀?

그러고보니 좀처럼 실가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가지러 가야하는데..
책 보내게 되면 여기 비밀글로 등기 번호라도 남길께요..^^:
Commented by Lordsnow at 2007/10/21 20:19
전 보던책은 보통 귀찮아서 안사다가 잊혀지는 경우는 있어도, 능동적으로 끊는건 얼마 안되는데.. ROD는 4권인가 보고 하차했죠-_-.. ..

어쩜 4권밖에 안봤는데 매권이 그렇게 똑같은 느낌을 주는지....
OVA를 먼저본게 실수같습니다 아무리봐도 (으엉)
Commented by 유령 at 2007/10/24 00:05
to D˙Arcy님
[R.O.D] 말고 다른 글도 그런가 보군요...--;;
원안은 일단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쓸만하게 다듬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테고, 소설가는 그걸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 더 중요한 거겠죠.
애니 쪽이 워낙 잘 나온 물건이라 원작인 소설이 더 재미없게 되었던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책'을 소재로 했다는 것 외엔 딱히 '인문계'라는 느낌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이왕이면 좀더 '지식'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말이지요.

......생각해보면, 그 종이로 총알 막는 장면도 종이 강도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총알을 막았을 때 받게 되는 충격을 생각하면 가능할 것 같지가 않군요...-_-;

to 쿄가키님
저도 책은 '활자'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이야기'(혹은 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책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지만, 그 책에게서 사랑받는 방식이라는 게 그저 종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그럼, '오디오북' 같은 건 어쩌라고...? -_-;;
활자를 무기로 쓴다, 라고 하니 [충사]에서 '글자가 되는 벌레'가 생각나는군요. ^^;;
차라리 정말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to March Hare님
[문학소녀] 시리즈는 제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읽게 되면 그거 이야기도 저기 포함해서 다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초회판'을 먹어치운다는 건, 수집한 미술작품을 자기가 죽을 때 같이 태워달라는 수집가의 모습 같아서 무섭군요. -_-;;
그쪽이야 그쪽 나름대로 책을 사랑하는 방법, 이겠습니다만...
아무리 책은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내용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지는 해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뜯어먹어버리면 다른 사람은 못 보잖아...!! -_-;;

그쪽은 나중에 천천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

to Lordsnow님
그렇군요, 재미없는 거군요...--;
전 1권만 읽고 손을 떼버려서. --;;
......아직도 완결이 났는 지 아닌 지도 모르는 분위기던데, 슬슬 끝을 내고 접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애니가 너무 잘 만들었지요...
......OVA라도 2화는 굉장히 심심했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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