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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나라'를 위해

오늘부터 6일 자정까지 현재 시위의 중심지인 시청 앞 광장은 시커먼 군복 입은 어용단체가 점거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놈들보다 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들(유족회)에게 폭력을 가하고, 자기들만이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거라 주장합니다.
뭐, 든든하겠죠.
그놈들이 뭔짓거리를 해도 정치권력은 그들을 벌하지 않으니까요.

지금 시위대도, 그들을 막는 경찰들도,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나라를 위해서 이렇게 나섰다"
그럼, 물어봅시다.
'나라'라는 건 뭐죠?

지금 시위대에게 '나라'란 국민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었고, 국회의원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구성되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 대표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건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이들의 정통성과 대표성은 일단 인정한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만)
시위대가 강조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시위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정부에 더이상 대표성이 없고, 더이상 이들의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된 겁니다.

현재 보수단체 및 어용단체에게 '나라'는 정부입니다.
다시 말해.
이쪽은 대한민국 정부체제가 민주공화제이건, 전제왕권체제이건, 군사독재체제이건 관계없죠.
그저 자신들이 '충성'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덧붙여서 콩고물도 떨어지면 더 좋고)
국가라는 것은 그 어떤 '악'도 정당화할 수 있는 초법적 존재이며, 이것이 절대적인 가치인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법 위에 존재하며, 국가는 법에 의해 심판받지 않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후 그 전쟁의 책임을 심판하는 것은 '승전국'이며, 그 대상은 '패전국의 정치가'일 뿐이죠.
국가 그 자체가 심판받는 일은 없는 겁니다.
그러니, 국가 자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적으로 옳다는 가치관이 생기는 거죠.
그런 국가에 자신의 가치관을 맡기고 그에 따르는 것이 가치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군대'라면 이런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군대란 정부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의 하부개념이니까요.
하지만 군대 밖에 존재하는 사회란,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가치관이 존재하고, 그 가치관들을 모두 묵살할 수도 없습니다.
즉, 절대적 우위에 있는 가치관은 정부에 의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라'는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정부가 나라의, 국민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이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이건 '법의 법'인 헌법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죠.
현행법상에서 시위의 불법성이니, 헌법에 의한 정당성이니 하는 부분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즉 국민 개개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입니다.
정부의 의견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입니다.
'어용단체'의 구성원도 '국민'이긴 하겠죠.
하지만 '어용단체' 자체는 정부의 구성원이죠.
그렇다면 집단으로 나오지 말고 개개인으로 나오고, 정부의 권력을 이용하지 말고 홀로 당당하게 서서 이야기하시지요.
비겁하게 정부권력을 등에 업고 국민의 의견인 척 하지 말고.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국가'의 3요소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 보죠.
'주권', '영토', 그리고 '국민'.
저기 어디에서 '정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국민'의 필요성과 인정에 의해 만들어진 게 '정부'일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정부에 반발하고 전복하는 '혁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겁니다.
국민이 바라는 정부.
그리고 정부가 바라는 정부.
어느 쪽이 정당합니까?


p.s.
대한제국 당시 유명한 '어용단체'로는 황국협회가 있죠.
이승만 때는 서북청년단이나 기타 정치깡패들이 존재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때는 군대가 자기 편이었으니 딱히 어용단체가 필요없었지만, 퇴역한 군인들은 다 '민간인' 어용단체로 쓸 수 있었겠죠.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반대파에 가하는 폭력은 '법'을 위반하지만, 그것을 시행하는 '정부권력'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어느 쪽이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일했던 건 '권력'을 위해서였지, 결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나라'를 위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고시강행 및 경찰강경진압으로 역사가 30년 전으로 후퇴했다면, 어용단체의 등장으로 다시 역사는 50년 전으로 후퇴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계속 앞으로 나가는데, '정부'는 매일매일 거꾸로 가고 있군요.

p.s.2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도 이미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부분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예비군 훈련 가서 실제로 듣고는 살짝 당황...)
"조국과 민족을 위해"라는 건, 이미 낡은 가치관이라는 거죠.
그리고 당신들의 '조국'과 시위지지자의 '조국'은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당신네의 '조국'이라는 건 청와대만을 지칭하는 걸 지도 모르겠군요.
......참으로 쪼.잔.한. 조국이네요.

p.s.3
중앙일보 기사에 "한나라당 보궐선거 참패"라고 나왔다네요.
근래 듣던 소식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인 것 같습니다.

덧글

  • 연월 2008/06/05 21:25 # 삭제 답글

    어용단체가 점거한게,, 그 시청광장에다가 무슨 묘비(?)인지 뭔지 세워놓고 하는거 말이죠,,?
    이 이야기 듣고 무지 당황,,,, 아니 지네가 뭔데 언제부터 그런 행사 해왔었다고 ㄱ-?!?!
    일부러 정부와 손잡고 사람들 모일 장소 안만들려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오늘 저희 학교도 정문 앞에서 총학생회와 깃발들이 보이고,, 다같이 모여서 시위하러 가덥니다만,,, 신촌지역의 대학, 연대, 홍대, 이대 다같이 모여서 가는거더군요.(서강대는 운동권이 아니라고 안모인다고 들어서,,) 저는 시험이 먼저라고 밖에서 밥만 먹고 들어오긴 했습니다만,,-_-;

    오늘, 저번 학교에서의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하여 총장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총장한테 사과하라고 요구하니 '유감이다' 라고만 대답했다고 하네요 무슨 일본인지-_-

    근데,, 이글루스에는 방명록 같은거 원래 없나요 'ㅅ'?
  • 유령 2008/06/06 09:56 #

    죽은 사람들 인질로 잡고 농성하고 있는 거죠, 뭐.
    유족들이 위패 돌려달라고 해도 버틴다고 하고.
    108배인지 뭔지는 몇 명만 하고 있고 뒤에선 팔짱 끼고 보고만 있다던가. -_-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도 '위령제' 참여하게 해달라고 해도 안 듣고 있답니다.
    특수부대가 대단하긴 한가 봐요.
    그러니 수만명 모여있는 공간을 수백명이서 막고 있지. -_-
    (거의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분위기인 것 같지만)
    솔직하게, 그냥 그 공간은 무시하는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유족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없고 말이죠.
    그 사람들도 다들 처자식 있을 텐데, 부끄럽진 않은가 봅니다. -_-
    청와대 쥐새끼가 같이 밥먹으면서 "그거 막아주면, 니네는 광우병 쇠고기 안 먹게 해줄게"라고 약속하기라도 했나...-_-
    그나저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막는다고 다른 곳에 모이는 걸 막을 수도 없을 텐데, 그렇게 경찰력 분산시키는 건 뻘짓거리 아닌가? -_-;

    요즘 대학교에서 연합해서 시위나가는 것 같더군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총학생회가 '운동권'이 아닌데도 참여하고.
    그런데 동맹휴업 이야기는 기말고사와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_-;a
    이화여대 총장은 학교 안에 경찰 들여놓고, 나중에 "유감"이라고만 한 건가요. -_-;
    ......전형적인 정치적 멘트군요. -_-
    여성부도 없앤다는 대통령의 부인이 뭘 그리 잘 한 게 있다고. -_-

    p.s.
    예, 이글루는 원래 방명록이 없습니다. --;;
  • 제렘 2008/06/05 21:52 # 답글

    대통령 각하께서 괜히 파쇼 소리 듣나요. 헑ㅋ

    비단 그분만이 아니고, 가만 보면 민주공화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노무현 시절에 자주 나왔던 얘기가 '사람들이 전제군주와 대통령의 차이점을 잘 모른다' 라는 말이었는데 요즈음 절실히 느끼고 있네요.
  • 유령 2008/06/06 10:04 #

    뭐, 6.3 데모하고 잡혀들어간 뒤에 "나도 나중에 이렇게 꼭 한번 해 볼 테다"라고 결심했던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80년대 시위 주동했던 소위 386, 486세대들은 그때 자기들 탄압하던 한나라당에 들어가서 정치활동 하고 있으니, 딱히 그 놈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ㅡ_ㅡ

    이 나라 국민들이 '강력한 지도자'를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_-;
    정말 말씀대로 '전제군주'와 '대통령'의 차이에 대한 실감이 없는 듯.
    이승만도 자기를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할 정도니 말입니다. -_-
    그 시절엔 "국부"라는 시대착오적(!!!) 표현도 자주 나왔고.
    최근에 고종을 띄워주거나 하는 것도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결단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건 좋지만, 남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고집만 부리는 인간이 '강력한 지도자' 이전에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뭐, 지금 상황이 그놈이 청와대 들어갈 때부터 예상되어 있던 모습이긴 했지요.
    다만 그게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을 뿐이지. -_-
  • 연월 2008/06/06 10:55 # 삭제 답글

    위패 돌려달라고 하는데도,,,,,
    하긴 5월18일에도 비슷했다고 들었습니다
    5.18때 유족들이 묘소에 들어가려 하니, 5.18행사있다고, 높으신 분들 계셔서 못들어간다고 전경들을 바리케이트로 치고서, 항의해도 결국 유족들은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서,,,,
    과거엔 그 분들을 억압하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뭐가 다를 것이 있다고 제일 가까운 가족조차도 막고서 무슨 자격이 있다고 행사한답시고 뽐냈던건지,,,

    뻔뻔한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요 -_-
  • 유령 2008/06/06 21:31 #

    그놈들, 오후 6시까지는 행사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위패 보실 장소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나 봅니다.
    7시 쯤에는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치겠다"라는 개소리 남기고 해산했지만, 경찰과 섞여서 시위대 막고 있다는 소식도 보이네요.
    현장에 없으니, 그놈들이 시위대 폭행하고 있다는 말까진 믿을 수 없지만, 한바탕 하려고 준비하고 갔다가 그냥 물러서야 한다니 몸이 근질거리기는 하겠지요. -_-

    5.18 때 모인 "높으신 양반"들은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편할 겁니다. -_-
    속으로는 자기가 왜 이런 곳에 오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투덜거리고 있겠지요.
    그런데도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지요. -_-/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이미지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자신의 '경건한 이미지'를 위해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거죠. -_-
    반성 같은 건 하지도 않으면서.

    정치가 중에서 정말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다가 기존 정치가들과 부딪히고 그러다가 결국엔 그들처럼 "내 권력이나 챙겨서 나라도 잘 먹고 잘 살아야..."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뭐, 사실 이것이 '대중'이 생각하는 정치가의 모습이죠.
    정치는 거짓말이며, 쇼에 불과하다고.
    세상 어느 나라에도 "정치가는 거짓말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빠지질 않더군요. -_-;
    동시에 '대중'은 "깨끗한 정치"를 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거짓말쟁이 정치가"라는 말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정치가를 바란다"는 말의 역설이기도 하죠.
    시작부터 깨끗하지 못한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어느 대통령도 이렇게 '부정부패' 꼬리표 뻔히 달고 당선된 적도 없었고.
    '효율성'만을 외치던 대한민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人災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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