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느 날 문득

"걸어온 싸움은 피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마도 그 상황에서도 싸우지 않을 것 같다"
이유는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질 생각도 없지만.

난 변신히어로도 아니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도 아닌데다가.
덧붙여서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자의식과잉이기도 하다.
사실 나 같은 걸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내가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는데.
난 그저 내가 표현하는 정도 만큼만 남들이 알아주면 거기서 만족하고.
그 이상을 바라기도 하다가 다시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 지를 깨닫기도 하는.
뭐 그저그런 인물이다.
그런 존재인 주제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에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기기도 했을 거다.
아마 내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어쩌면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건에서도 난 가해자였을 지 모른다.

사람이 살면서 여러 사람과 부딪히고 그러다가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가 분쟁이 발생하고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 거고.
사람이란 게 기본적으로 집단생활을 떠나기 어렵다 보니, 여러 가지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그 사건이란 게 인터넷 같은 익명성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도 생기기도 하는 거고.
어쩌면 익명성, 이라고 하기엔 좀 확대된 경향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평소라면 그냥 넘어가거나 일단 참을, 순간순간의 감정을 그냥 그대로 터트리기도 한다.

뭐, 결국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거다.
인터넷은 그 정도로 넓으니까.

하지만 인터넷이 아무리 넓더라도 결국 정보는 자신의 인식 범위 내로 한정된다.
그러니 피하려고 해도 계속 눈에 들어오고 언젠간 또 보게 되는 거고.
여기서 정말 피하려면 그냥 눈에 들어와도 신경쓰지 않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또 그걸 견디지 못하고 터트리기도 하는 거고.
그러다가 다시 또 분쟁이 생기고 그런 걸 거다.

그러나 분쟁은 결국 양쪽의 입장을 둘 중 하나로 나누고 어느 쪽이든 선택한다.
그러니까, 저쪽은 가해자고, 이쪽은 피해자라는 거다.
그리고 이쪽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괜찮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분하는 사고는 이런 결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피해자라는 이름의 가해자가 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을 허용하고 부추기는 것은 누구인가.
그 사건을 보고 있거나 혹은 알게 된, 제3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냉정하게 사건을 판단해서 잘잘못을 가리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이전부터 양자 중 누군가의 지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지인을 편들고 그와 함께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한다.
결국 여기서 이기는 건 자기 편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쪽이다.
큰 집단과 작은 집단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의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분쟁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은 사실 상처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그래서 날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있구나.
그렇게 감사한 기분을 느껴보기도 한다.
아니, 이건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위안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사실 그 사람들이 날 위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 지는 그 사람들의 문제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 사람들의 호의를 내가 통제할 수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사건이 끝난 뒤엔 결국 나도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이 아닌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고.
그저 날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피해자가 되어서,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을 거라고.
그러니까 다음엔 이런, 누군가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상처주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결코 내 자신의 거만함이 되지 않도록.


나라고 별반 다를까.
더 했으면 더 했겠지.
나도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편이다.
냉정하게 사고하고 객관적으로 생활하려고 해도, 결국 난 그 사람의 편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되도록 그 사람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난 내가 어느 정도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가해자의 입장에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날 좋아하는 사람이 날 달래고 위로하려는 것을 내가 막을 수야 없는 거다.
그저 해결책은 빠른 기간 안에 직접 상대방과 분쟁을 정리해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수 밖에 없겠지.
솔직히 절대적인 해결책이라는 게 있는 건진 모르겠다.
그저 그때그때 빨리 되도록 냉정하고 공정하게 일을 해결하는 것 뿐.


글이라는 게, 말보다 보존성이 우수하다 보니.
내가 장난 처럼 남겼던 글이나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서 남겼던 글이.
언젠가는 내 발목을 잡게 될 지도 모른다.
내가 진지하게 남겼던 글이라도 별로 다르진 않을 테고.
결국 그렇게 내가 썼던 글이 언젠가 나를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날 부끄럽게도 하고.
날 방해하기도 하고.
날 괴롭히기도 하고.
그렇게 되겠지.
과거가 언제나 망령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듯이.

이러면서도 이런 글을 남기는 건 아마도.
어쩌면 그 중에서 날 즐겁게 할 수 있는 글도 약간은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고.
그렇다고 이 글이 그럴 것 같진 않지만.

그저 단지.
이런 글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에 내가 후회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할 뿐이다.



...포스팅하려고 벼르고 메모까지 하고 있는 거 몇 개 되는데.
결국 쓰는 건 또 이런 글.
역시 포스팅은 그때 그때 충동 - 아마도 절대적 反이성 - 에 따라 좌우되는 듯.





by 유령 | 2009/10/13 05:31 | 自己 - Liar | 덧글(2)

Commented by Arimus at 2009/10/17 17:51
간만입니다. 왠지 매~우 와닿네요..OTL

여러모로 생각정리중입니다. 조만간 정리된걸 글로 남겨두어야겠네요.

Commented by 유령 at 2009/12/05 19:52
저건 상당히 감정적인 글이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부끄러울 뿐입니다... __;;
요즘은 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신 거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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