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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정치의 본질은 권력이고, 이는 한정된 재화를 분배할 수 있는 권리다.
그 과정은 경쟁이요, 투쟁이다.
요는 싸움이다.
그리고 전장은 결과론이 지배한다.

한국에서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냥 모르던 사람에게 싸움을 거는 것과 같다.
생각과 성향이 같다면 모를까, 다르면 반드시 욕설과 주먹이 날아온다.
이게 인터넷 조롱 문화와 연결되면서 어느 한쪽이 먼저였든 결국 서로 진창을 뒹군다.
익명에 가려진 정체성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 혹은 배려란 건 없다.
누군가에 대한 비방과 욕설은 다시 그 반동을 만들고, 이 과정이 무한히 이어진다.
결국 안티가 안티를 만드는 진창이다.
진창이 들어가지 않으면?
위선자 취급.
어차피 좁은 바닥이라 혼자 조용히 살기도 어렵다.
산 속에 들어가도 인터넷만 이어지면 이 진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전쟁의 룰은 정치체제에 따라 다른데, 민주주의사회라면 그저 머릿수가 승패를 정한다.
그러니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설득과 협박, 욕설이 난무하게 된다.
이 전쟁은 선택지가 줄어들 수록 격해지는데, 둘만 남는다면 그것 자체가 선악이 되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양측에게도 공공의 적이 만들어지게 되니...
이른 바 '선택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러면서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죄가 되는 시기가 만들어진다.
이게 보통사람들을 정치혐오로 만들 수 밖에 없는 건데...
이 경우 득을 보는 게 결국 누구인지는 얼마전 대선 때 직접 나온 말이 있었지.
정치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거다.

한국사람들은 식민지배와 전쟁이라는 사회혼란을 겪으면서 "모두 같다"라는 인식이 강해진 거 아닐까 싶다.
이게 집단문화와 이어지면서 누가 어느 정도 나가면 나도 그만큼 가야한단 인식이 된 게 아닐까.
그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면?
...그놈을 잡고 늘어져서라도 나랑 같은 위치로 끌어내린다,
이런 성향이 누군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발견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얌전하게 신문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말 것들을 인터넷이 백가쟁명의 시대로 만든다.
이게 또 시대가 좋아지다 보니 그저 남의 말에 대한 무한 RT일 뿐이라 그저 언어의 공해다.
결국 진창이다.

건전하게 취미생활이나 하면 적당히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취미가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해 지는 이 나라에서, 그렇게 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러다보니 결국 자기 열정과 스트레스를 분출할 구멍을 정치에서 찾는다.
정확히는 뒷담화.
그나마 정치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던 "정치인은 다 사기꾼"이란 인식이 편가르기를 거치면서 "내 편은 좋지만 네 편은 나쁘다"로 변한다.

선거 끝나면 항상 하게 되는 말이지만.
그냥 조용히 책이나 보고 취미생활이나 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가 되려나.
정치이야기도 가뿐히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p.s.
자칭 보수란 것들이 상대를 한국정치문화에 있지도 않은 진보로 지칭하게 된 건 아마 자기네 정통성 주장 때문일텐데.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 잔재가 무슨 정통성인가.
그보단 '빨갱이' 딱지 붙이기가 쉬워서 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틀로 나뉘는 한국정치를 보면서, 양당제가 정착된 영국이나 미국 쪽 사례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재밌는 건 남북전쟁 당시 분명 노예제 지지여부를 두고 공화당지지지역은 북부, 민주당지지지역은 남부였을 것인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
한국도 언젠가 그리될까.